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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2 후속편 (감정 완성, 선택의 무게, 현실적 결말)

by FilmFragments 202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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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포 굿


위키드 파트 2가 개봉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영화는 단순한 후속편이 아니라 감정의 '완성'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전작에서 쌓아온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가 이번 편에서는 훨씬 깊고 무겁게 다가왔고, 특히 두 사람의 선택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감정 완성도와 캐릭터 분기점

전작이 세계관 확립과 우정의 시작을 다뤘다면, 파트 2는 그 우정이 어떻게 균열되고 각자의 신념으로 인해 갈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엘파바는 여전히 정의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고립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결국 혼자가 되어버리는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란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캐릭터가 겪는 변화의 곡선을 의미합니다. 엘파바의 경우 전편에서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자아를 찾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 신념이 오히려 그를 외롭게 만드는 하강 곡선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구조는 뮤지컬 영화에서 흔치 않은 선택입니다. 반대로 글린다는 점점 체제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내면의 갈등이 계속 쌓이는데, 그 미묘한 표정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밝은데, 속은 점점 무너지는 느낌이 계속 전달됐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권의 앞잡이로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자기 부정도 해야 하는 모순을 훌륭하게 연기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글린다가 마법사의 명령을 따르면서도 눈빛만은 흔들리는 장면에서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순간 이 캐릭터가 단순한 '착한 마녀'가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자기 보존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나오는 넘버는 단순히 듣기 좋은 수준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감정을 한 번에 터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뮤지컬 영화 특유의 과장된 느낌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게 오히려 감정 몰입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시각적 연출과 전개상의 문제점

연출적으로는 색감 대비(Color Contrast)가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서 색감 대비란 서로 다른 색조를 배치해 감정과 상황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영화 기법을 말합니다. 에메랄드 시티의 화려한 그린과 핑크 톤, 그리고 엘파바가 있는 공간의 어둡고 차가운 블루·그레이 톤이 계속 대비되면서 두 사람의 선택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줍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화면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도 의도적으로 잘 만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전작의 화사하고 쨍한 비주얼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중반부 전개가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고, 몇몇 서브 캐릭터는 활용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피에로와 보크의 서사는 감정적으로는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 러닝타임 대비 비중이 애매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만, 뮤지컬 영화에서 서브플롯(subplot)이 많아지면 관객의 집중도가 분산되기 쉽습니다. 여기서 서브플롯이란 주요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난 부가적인 이야기 라인을 뜻합니다. 위키드 2는 엘파바-글린다 중심축 외에 피에로의 순교, 보크의 마음, 넷사의 변화 등 여러 서브플롯을 동시에 다루려다 보니 각각의 깊이가 얕아진 느낌이었습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구조적 완성도는 확실히 떨어집니다. 1편은 마법 학교라는 명확한 공간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이 바로 노래로 연결되는 구조였지만, 2편은 에메랄드 시티, 숲, 들판 등 여러 공간을 오가며 캐릭터 갈등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뮤지컬로서도 판타지 블록버스터로서도 액션 스펙터클을 발휘할 기회가 현저히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마지막 선택 장면이었습니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선택하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놓지 못하는 감정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위키드 파트 2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전작의 절정감과 시각적 화려함, 구조적 탄탄함을 따라잡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엘파바와 글린다라는 두 인물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갈라지면서도 서로를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우정과 선택의 무게를 진지하게 다룬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글린다의 입체적인 변화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전작을 감명 깊게 본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완결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KdCW44yC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