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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파이브> - 리뷰 -(초능력자, 코미디 액션, 캐릭터)

by FilmFragments 2026.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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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영화관에서 무거운 히어로 영화 대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찾고 계신가요? 저도 최근 시간 여유가 생겨서 부담 없이 볼 만한 영화를 찾다가 하이파이브를 선택했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119분 러닝타임에 15세 관람가로, 초능력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이 히어로가 되려는 과정을 다룹니다. 제가 직접 관람한 결과, 스토리 구조 자체는 예측 가능한 편이었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액션 연출 방식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초능력자가 되는 설정의 현실성

하이파이브의 기본 플롯은 사망한 초능력자의 장기 이식을 통해 여섯 명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장기 이식(organ transplantation)이란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된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대체하는 의료 시술을 의미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초인적 힘이 전달되는 판타지 설정으로 활용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능력을 받은 사람들의 구성입니다. 태권도 여중생(심장), 백수 작가 지망생(폐), 야쿠르트 아줌마(신장), 건설 현장 작업반장(간), 날라리 백수(각막)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에서는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가 능력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K-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이들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관객 입장에서 훨씬 공감 가능했고, 이 부분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는 연출력

강형철 감독은 과속 스캔들, 타짜-신의 손 등으로 흥행 감독의 입지를 다진 인물입니다. 2018년 스윙키즈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하이파이브에서도 그의 시그니처인 가벼운 연출 톤(tone)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여기서 톤이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감정의 결을 의미하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지 않은 오락 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특히 각 캐릭터가 나름의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신파(melodrama)로 빠지지 않습니다. 신파란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드라마 연출 기법을 말하는데, 하이파이브는 이런 감성 과잉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히어로 영화에서 캐릭터의 과거사를 다룰 때 감정선을 과하게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도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은 야쿠르트 카트 추격신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소재인 야쿠르트 배달 카트가 액션 시퀀스의 중심이 되는 발상 자체가 독특했고, CG를 활용한 과장된 액션이 쿵후허슬이나 소림축구를 연상시키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잃지 않았습니다.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에도 비장함보다는 허술함이 강조되어 웃음을 자아냈는데, 이런 연출 선택이 영화 전체의 톤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캐릭터별 능력 활용과 협동 구조의 완성도

하이파이브에서 각 인물이 가진 능력은 단순히 개별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심장을 이식받은 태권 소녀는 강력한 타격력을, 폐를 받은 작가 지망생은 음파 공격을, 신장을 받은 야쿠르트 아줌마는 빠른 이동 능력을 가집니다. 영화는 이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협동하는 장면을 통해 팀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에서 앙상블 영화(ensemble film)로서의 완성도가 드러납니다. 앙상블 영화란 여러 주연급 캐릭터가 고르게 비중을 가지며 이야기를 이끄는 구조를 말합니다. 특히 이재인 배우가 연기한 태권 소녀 캐릭터는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됩니다. 사바하에서 보여준 연기력에 액션까지 더해지면서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되었고, 제 경험상 이런 신선한 배우의 활약이 영화 전체의 생동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형 스타 캐스팅보다 적합한 배우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대편에는 췌장을 이식받은 사이비 교주(신구 분)가 빌런으로 등장하며, 그는 다른 능력자들의 힘을 빼앗으려 합니다. 마지막 대결 구도에서 다섯 명의 히어로가 각자의 능력을 조합해 빌런에 맞서는 장면은 시원시원한 CG 액션과 만화적 과장이 어우러져 이 영화가 추구하는 오락성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코미디 장르로서의 한계와 타율

하이파이브는 판타지, 코미디, 액션을 결합한 장르 영화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개봉작 중 코미디 장르의 관객 만족도는 평균 72.3%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미디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임을 보여줍니다. 하이파이브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제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중반 이후 스토리가 다소 늘어진다는 점입니다. 초반에 설정과 캐릭터 소개로 템포가 빠르게 진행되다가, 중반부터는 긴장감이나 흡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조 자체가 다른 히어로 영화에서도 자주 봐온 설정이라 이야기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코미디 타율은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서 타율이란 시도한 개그 중 실제로 웃음을 유발한 비율을 의미하는데, 하이파이브는 유치한 장면도 있지만 그것이 영화의 가벼운 톤과 어울려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보통 코미디 영화는 관객의 웃음 포인트가 제각각이라 모든 장면이 성공하기 어려운데, 이 영화는 적어도 절반 이상의 코미디 시도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쿠키 영상은 영화 종료 직후 바로 나오며, 시리즈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속편이 나온다면 새로운 능력이나 더 깊이 있는 빌런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구조만으로는 두 번째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다소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이파이브는 엄청난 반전이나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뇌를 비우고 가볍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확실히 추천할 만합니다. 무빙처럼 진지한 초능력자 드라마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히어로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봤고, 특히 태권 소녀의 액션신과 야쿠르트 카트 추격신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출 방식과 CG 사용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고, 허투루 찍지 않은 성의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Gl2wI2_S-8&t=20s